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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시민덕희’ 라미란의 복수극이 주는 통쾌함…아는 맛? 오히려 좋아

덕희(라미란)의 ‘내돈내찾’(내 돈은 내가 찾는다) 여정을 담은 영화 ‘시민덕희’에는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는 물론 통쾌한 복수극, 피해자를 향한 위로까지 다 있다. 새롭지는 않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 그 익숙한 아는 맛 ‘시민덕희’는 그래서 더 관심을 끈다.‘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단편영화 ‘1킬로그램’, ‘선희와 슬기’ 등을 연출한 박영주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세탁소 화제로 전 재산을 잃은 덕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오며 시작된다. 발신자는 손대리(공명). 손대리는 덕희에게 대출상품을 제안하고, 덕희는 손대리에게 8회에 걸쳐 3200만 원을 입금한다. 이후 손대리가 연락이 두절되자 덕희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걸 알고 절망한다.경찰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덕희를 더 절망에 빠뜨린다. 그러던 중 손대리에게서 자신을 조직에서 구해달라는 전화가 온다. 덕희는 다시 한번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더 큰 사건이 터진 경찰은 덕희를 외면한다. 결국 덕희는 세탁소 친구들과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기 위해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시민덕희’는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소시민이 경찰이 외면하자 직접 보이스피싱 일당을 잡은 이야기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려한 연출, 눈을 사로잡는 액션, 고도의 심리전 등이 나오지는 않는다.그럼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흡인력이 뛰어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덕희와 친구들이 펼치는 이 복수극은 때로는 묵직함을, 때로는 유쾌함을 자아낸다.덕희가 칭다오에 가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취업 사기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마주하는 막막한 현실과 안타까운 심정 등이 소개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덕희의 모습,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나는 거야” 등의 대사에서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랐던 박영주 감독과 배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민덕희’가 실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덕희는 친구들과 직접 칭다오에 가서 보이스피싱 총책을 찾는다는 점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이 부분에서 라미란을 필두로 공명, 염혜란, 이무생, 박병은, 안은진 등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스트리가 극을 채운다.라미란은 남다른 추진력을 가진 덕희를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여준다. 공명 역시 사기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그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은 재민의 절박함 등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여기에 ‘덕벤져스’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의 화학 반응도 빛이 난다.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를 완벽하게 소화한 염혜란, 솔직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장윤주, 드라마 ‘연인’과는 전혀 다른 털털한 매력을 자랑한 안은진까지. 라미란의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한 이들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통쾌함에 메시지까지 가득 담은 ‘시민덕희’는 새해 극장가 남녀노소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15세 관람가. 114분. 오는 24일 개봉.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1.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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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IS] 드니 빌뇌브, 할리우드가 인정한 천재

작품을 재미있고 매끄럽게 만드는 이를 훌륭한 감독이라고 한다면, 그런 와중 자신의 색까지 담아내면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자본과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상업영화계의 중심 할리우드에서도 감독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드니 빌뇌브가 바로 그런 인물이라 할 만하다.빌뇌브 감독이 영화 ‘듄: 파트2’(이하 ‘듄2’)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한국을 찾았다.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어 아직 영화 개봉이 두 달여나 남은 시점에 내한을 택했다. 지난 2021년 개봉된 ‘듄’을 통해 방대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감정 묘사를 보여줬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번 내한에서 “하루라도 빨리 ‘듄’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었다. 영화를 얼른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빌뇌브’라는 성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뿌리는 프랑스다. 프랑스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났다. 1967년생인 빌뇌브 감독은 30대 초반 ‘지구에서의 8월 32일’이라는 장편영화를 발표하며 영화감독으로 본격 데뷔했다.데뷔작으로 무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빌뇌브 감독. 2010년 개봉한(국내에선 2011년 개봉) 영화 ‘그을린 사랑’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후보로 오르며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3년 뒤 ‘프리즈너스’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빌뇌브 감독의 특징은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치밀할 정도로 좇는 연출. 여기에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미장센과 느린 듯 서서히 관객들을 숨막히게 하는 속도감이 시그니처다. 특히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 것으로 꼽히는 영화가 ‘듄’과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다.‘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 및 CIA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미국의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92%의 신선도를 받았다. 작품은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지역 후아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간, 가족간에 일어나는 인간의 여러 갈등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온 드니 빌뇌브의 성향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2017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 이후 ‘듄’ 1, 2편까지 모두 워너브러더스의 작품이라 빌뇌브에겐 ‘워너 공무원’이라는 별명도 붙은 상태다. 할리우드에서 전권을 부여하는 몇 되지 않는 감독으로 ‘듄’ 1, 2편 역시 워너브러더스의 관여 없이 작업한 작품이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 입지가 공고하다.할리우드가 인정한 천재 빌뇌브가 “1편보다 더 생생하고 깊이 있다”며 자신한 ‘듄2’는 내년 2월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한 폴(티모시 샬라메)이 복수를 위한 여정에서 전사의 운명을 찾아가게 되는 여정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그려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3 05:49
영화

조진웅 ‘독전2’→송중기 ‘화란’ 韓 기대작, 부국제에서 먼저 만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선정작 3편과 ‘온 스크린’ 선정작 6편을 발표했다.대중적이고 매력적인 한국의 상업영화를 엄선해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의 첫 번째 선정작은 ‘독전2’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독전2’는 지난 2018년 개봉해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전’(2018)의 후속작. 한층 강렬해진 액션과 배우 조진웅, 차승원, 한효주, 오승훈 등의 열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이어 이충현 감독의 신작 ‘발레리나’(2023) 역시 전 세계 최초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진다. ‘발레리나’는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경호원 출신의 주인공이 펼치는 복수극을 담은 작품이다. 독보적 존재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배우 전종서가 저돌적인 여전사로 분해 장르적 쾌감을 배가시킨다.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공식 초청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화란’(2023)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새로운 유형의 한국형 누아르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화란’은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신예 홍사빈의 몰입감 높은 연기와 송중기의 새로운 도전으로 기대를 모은다.지난 2021년 아시아 영화제 중 최초로 공식 OTT 섹션을 신설하여 화제를 모은 ‘온 스크린’은 영화의 확장된 흐름과 가치를 포괄하는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섹션이다. 한국 작품 5편과 인도네시아 작품 1편이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먼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2023)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전한다. OTT 첫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유승호와 김동휘, 유수빈, 이주영의 조합이 기대를 모은다.평범한 한 학생이 전교 회장에 출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러닝메이트’(2023)는 영화 ‘기생충’(2019)의 각본에 참여한 한진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학원물에 정치 드라마를 더해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케 하는 이번 작품에는 윤현수, 이정식, 최우성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모범적인 경찰대 학생이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악인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 ‘비질란테’(2023)가 신종 한국형 다크 히어로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배우 남주혁, 유지태, 이준혁, 김소진이 묵직한 열연을 펼친다.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 카밀라 안디니 감독과 이파 이스판샤 두 부부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시가렛 걸’(2023)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격동의 시대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좇아간 여성과 주변의 인물들의 밀도 있는 드라마를 담았다. 시리즈 5부작 중 2편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다. 필감성 감독의 ‘운수 오진 날’(2023)은 순박한 한 택시 기사가 우연히 젊은 살인마를 장거리 택시 손님으로 태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해 연쇄살인마의 집착과 광기 속, 멈출 수 없는 야간 택시라는 독특한 상황이 긴장감을 더한다.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밀도 높은 서스펜스 드라마를 완성한다.‘LTNS’(2023)는 서로 시들하게 지내던 젊은 부부가 ‘불륜 커플 전문 협박단’으로 거듭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재기발랄한 인간 탐구 코미디다.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소공녀’(2017)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급 케미를 선사할 예정이다.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8.24 10:49
영화

‘잠’에 빠질 준비 되셨습니까? 결코 잠들 수 없을 94분 [종합]

올해 가장 매혹적이고 미스터리한 장르물을 꼽자면 단연 ‘잠’이 될 것 같다.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잠’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엔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유재선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두 배우 이선균, 정유미가 자리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유미는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잘 수가 없는 아내 수진을, 이선균은 잠에 드는 게 두려운 남편 현수를 각각 연기했다.영화는 스릴러, 호러, 미스터리 등을 섞은 장르물이다. 평온하게 잠을 자던 수진과 현수의 일상에 갑자기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하고, 그러면서 곧바로 분위기가 바뀐다. 유재선 감독은 데뷔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연출과 사운드로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시킨다.유재선 감독은 “공포를 느낀다는 점에선 호러, 수수께끼 같은 행동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선 미스터리, 수진과 현수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점에선 스릴러라고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유재선 감독은 실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는 “그래서 신혼부부가 주인공이 됐고, 신혼부부들에 대한 고증도 더 된 것 같다”며 “보통 장르 영화의 경우 등장인물들이 공포와 위협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치고 멀어지려고 하는데 우리 영화는 자신을 공포스럽게 하는 대상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고자 하는 대상이다.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진 소재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정유미가 맡은 수진이란 인물은 남편의 변화를 지켜보며 큰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정유미는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힘든 점이 딱히 없었다. 감독님이 매일 찍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고, 그냥 그것에 잘 맞추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고 이야기했다.이어 “나는 감독님이 ‘어떻게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할 때가 좋다. 유재선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분이셨다”고 덧붙였다.수면 중에 벌이는 기이한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하는 이선균은 “감정적인 부분을 정유미가 거의 다해서 나는 몇몇 장면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니 효과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장르물의 미덕은 역시 미술, 조명, 사운드. 유재선 감독은 각각을 맡아준 감독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분들의 전문성과 천재성 덕분에 영화가 잘 완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인사했다.칸영화제의 좋은 기운을 받아 내달 개봉을 확정한 영화 ‘잠’. 이선균은 “시나리오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촬영 현장 역시 심플하고 콤팩트했다”며 “오늘 영화를 보시고 좋은 점을 발견하셨다면 잘 부풀려서 전달해 달라”고 인사, 웃음을 자아냈다. 신선하고 담백한 장르물 ‘잠’은 다음 달 6일 개봉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8.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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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용설명서’→‘킬링 로맨스’ 또 터졌다, 이원석 ③

‘남자사용설명서’에서 톱스타 이승재(오정세)가 수건 하나 덜렁 걸친 채 난간에 매달려 있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곧이어 바람이 불어 몸에 걸쳤던 수건이 날아가고, 마침 아래 층에서 바람을 쐬던 커플이 못 볼 꼴을 보고 소리를 지르게 되는 이 장면. 이야기가 있는 영화인데 ‘이렇게 뜬금없이 웃겨도 되나’ 싶은 그 장면에 환호했던 이들이라면 이 순간 다시 소리 질러야 한다. 이원석 감독이 돌아왔다.‘킬링 로맨스’는 ‘상의원’(2014) 이후 이원석 감독이 무려 약 8년 만에 돌아온 작품. 이원석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남자사용설명서’(2013) 때처럼 코미디로 무장하고 얼어붙은 한국영화계에 웃음을 불어넣기 위해 나섰다. 1000만을 넘은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변호인’ 등이 나왔던 한국 영화 호황기였던 2013년. 그때를 기준으로 ‘남자사용설명서’가 기록한 누적 관객 수 50만 명은 그리 높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원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마니아층 하나만은 확실하게 확보했다. 논리와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관객들의 정서상 밑도 끝도 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B급’이나 ‘병맛’을 표방하는 영화들은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받지는 못했다. ‘남자사용설명서’는 한국에서도 그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제대로 만들면 퍽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코미디란 기본적으로 기대를 배반하는 데서 웃음을 발생시킨다. 이원석 감독은 이 엇박의 미학을 안다. 인형 같은 외모의 이시영을 피로에 쩌든 조감독으로 만들면서, 톱스타 이승재 역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역을 주로 했던 오정세를 섭외했던 ‘남자사용설명서’ 때처럼 이원석 감독은 ‘킬링 로맨스’에선 이선균이라는 진지한 연기자를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섬나라 재벌 조나단으로 만들었다. 이선균이 영화 ‘기생충’ 이후 차기작으로 ‘킬링 로맨스’를 골랐다는 점이야말로 ‘킬링 로맨스’의 가장 죽여주는 부분이다. 사랑에 빠져 연예계에서 은퇴했던 톱스타 여래가 자신을 괴롭히던 남편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만큼 ‘킬링 로맨스’에는 ‘남자사용설명서’ 때보다 다소 관객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 요소가 있다. 가정 내에서 여래가 받는 억압과 학대가 그것. 이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화는 아주 동화적이고 판타지적으로 완성됐는데, 이 역시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지점이다.영화에서는 가수 비의 ‘레이니즘’과 H.O.T.의 ‘행복’이 주된 테마곡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여래가 새로운 결심을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마치 뮤지컬 같기도, 디즈니 영화 같기도 하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노래 시퀀스가 선사하는 재미는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랄라랜드’를 떠올리게도 한다. 병맛 안에 디즈니 공주 같은 감성을 버무리고, 또 그 안에서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장르에 매몰되지 않는 게 바로 이원석 감독의 장점이다.이원석 감독은 앞서 ‘킬링 로맨스’ 제작 보고회에서 “나한테는 가장 희한한 시나리오만 (연출 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반대로 이원석 감독만큼 그런 독창적인 이야기를 잘 살리는 감독이 없다는 의미 아닐까. 조나단이 마법의 주문으로 여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이원석 감독이 ‘킬링 로맨스’로 얼어붙은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 14일 개봉 이후가 주목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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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시선] 영화기자는 아무나 못 되는 건 줄 알았다

저연차 때는 영화 기자가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단정한 외모에 스타일링이 세련된 기자들이 주로 영화 출입처로 뽑혀 나갔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지 않으면 영화 담당이 되기가 쉽지 않았다.기자에게 출입처란 자신의 전문 분야다. 중학교 때부터 가끔씩 방과 후 수업을 빼고 영화관에 갈 만큼 영화를 좋아했기에 언젠가 영화 기자가 되고 싶단 마음이 있었지만, 틈만 나면 탈색을 하는 ‘양’스러운 외모는 딱 봐도 기준 미달 같았다.최근 영화 ‘웅남이’에 대한 한 평론가의 평가가 대중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것이다. ‘웅남이’는 코미디언 박성광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 맥락상 ‘여기’는 ‘영화계’인 것으로 보인다. ‘거기’(코미디계)와 ‘여기’(영화계) 사이에 세운 노골적인 경계. 이 벽에 많은 누리꾼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드라마 출연 배우’와 ‘영화 출연 배우’는 다르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는 소위 말해 ‘TV를 틀면 볼 수 있는’ 무료 콘텐츠(시청료, 케이블 및 OTT 가입 비용은 논외로 하자)고 영화는 ‘그 작품의 티켓을 사야만 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라는 인식 탓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들의 급이 드라마를 주로 하는 배우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로 인기를 끈 남자 배우가 스크린에 진출하기 위해 무리한 연기 변신을 감행하는 이유엔 이런 인식도 없지 않다.기자도, 배우도, 영화 담당은 남달라 보이는 매직. 코미디, 가요, 드라마, 영화가 모두 ‘대중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음에도, 왠지 그 안에서 등급을 나눈다면 가장 위엔 영화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세계인이 사랑하는 K콘텐츠 ‘한류’의 시작이 드라마와 가요였음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한국 영화계가 위기다.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올빼미’ 이후 단 한 편의 한국영화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 했다. ‘아바타: 물의 길’ 같은 강력한 대작이 있었다는 변명도 궁색하다. 기대작이라 불렸던 한국 영화들도 연이어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티켓을 예매하고 집에서 나와 극장으로 가서,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가 가만히 2시간 가량을 같은 자리에 숨죽이며 앉았다가 나오는 일. 어쩌면 영화를 향한 길이 대중에겐 이제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어느덧 연차가 쌓이고 영화 담당이 돼 그렇게 가고 싶었던 영화 시사회장으로 일하러 간다. 개봉 전인 영화를 미리 보고 소감을 공유하는 일은 여전히 특별하고 기쁘지만, 사실 ‘새 영화’를 새 앨범, 새 공연과 치환하면 다른 출입처와 별반 다르지는 않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도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다만 어떤 분야에 조금 더 애정을 갖고 있는가, 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영화 담당 기자라고, 영화배우라고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높이 쌓아올린 성벽과 높은 콧대를 내리고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 어쩌면 그게 한국 영화계 위기를 타파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3.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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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IS] ‘올빼미’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180만 돌파

영화 ‘올빼미’ 화력이 대단하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빼미’는 전국 극장에서 6만 884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 수는 183만 2518명으로 180만을 넘어섰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주맹증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궁에 들어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왕의 남자’ 조연출이었던 안태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그 뒤는 2만 4424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압꾸정’이 이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2.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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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차은우·배인혁·변우석… 좋은 건 더 크게! 스크린 데뷔한 얼굴 천재들

좋은 건 함께 보고, 더 크게 보고 싶은 법이다. 이들이 있기에 k무비의 미래가 밝다. 배우 차은우, 배인혁, 변우석이 스크린을 통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안방극장을 환하게 비춰주던 이들의 스크린에 등장하자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로맨스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심쿵’하게 했던 주역들이 더 큰 화면으로 더욱 또렷하게 여심을 저격하고 있다. ‘얼굴 천재’ 차은우, 배인혁, 변우석은 각각 영화 ‘데시벨’, ‘동감’, ‘20세기 소녀’를 통해 비주얼은 물론 연기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최최차차’ 차은우가 ‘데시벨’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4년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에도 짧은 단역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룹 아스트로 활동 후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데시벨’이 처음이다. 차은우는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신입사관 구해령’, ‘여신강림’ 등으로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으나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스크린 데뷔가 아직 이르지 않냐는 우려도 잠시, ‘데시벨’로 대중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차은우는 영화에서 음향 탐지 부사관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얼굴을 보여준다. ‘소음에 반응하는 폭탄’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 역)와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역)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물. 극 중 차은우는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빚어내며 중요한 인물로 활약했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주인공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캐릭터의 두려움과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내 ‘차은우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또한 로맨스 드라마 속 ‘만찢남’을 연기했던 차은우가 ‘데시벨’에서는 해군을 연기하기 위해 짧은 머리로 변신, 장르물 속 비주얼 역시 무리 없이 소화해 호평을 자아냈다. 황인호 감독은 “차은우는 작품의 시작과 끝을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캐릭터를 맡았다. 나오는 신들이 모두 쉽지 않았는데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래원은 “영화가 처음인데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는 배인혁도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2019년 웹무비 ‘러브버즈’로 데뷔한 배인혁은 ‘연남동 키스신’, ‘엑스엑스’ 등 웹드라마에서 활약한 뒤 안방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등장해 ‘다작 요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tvN 주말드라마 ‘슈룹’에 세자 역으로 등장해 특별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현재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에서 한지현과 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배인혁은 훈훈한 외모만큼 탄탄한 연기력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배인혁의 스크린 데뷔작 ‘동감’은 1999년의 용(여진구 분)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 분)의 청춘 로맨스 영화. 극 중 배인혁은 여진구의 베스트 프렌드 은성으로 분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배인혁은 사랑에 빠진 여진구를 옆에서 위로하고 조언한다.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유쾌한 연기로 여진구와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인 배인혁은 여진구, 김혜윤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배인혁은 “첫 영화가 ‘동감’이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일단 첫 영화를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과 하게 돼 촬영할 때 편했다. 기분 좋은 설렘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변우석은 스크린 데뷔작을 통해 첫사랑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꽃파당: 조선혼담공작소’, ‘청춘기록’, ‘꽃피면 달 생각하고’ 등에 출연해 187cm의 큰 키와 청춘 비주얼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청춘기록’에서는 박보검의 둘도 없는 동갑내기 친구 원해효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변우석에게 ‘20세기 소녀’는 첫 주연작이자 스크린 데뷔작으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속 17세 소녀 보라(김유정 분)가 절친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관찰 로맨스다. 극 중 변우석은 보라와 같은 학교 방송국 부원 풍운호로 분해 김유정의 첫사랑 남으로 열연을 펼쳤다. 2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기에 도전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17세의 풍운호 그 자체로 변신했다. 변우석은 김유정과 함께 이뤄질 수 없는 첫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설렘을 전달했다. 그는 “주연으로 선 첫 영화다. 항상 모든 걸 쏟아붓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만 유난히 이번이 더 그랬다. 약간의 부담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이라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30대의 나이에 학생 역할을 맡았지만 이질감 없는 비주얼로 다양한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변우석은 “교복 입는 것에 부담도 있었다”며 “의상팀에 ‘이래도 괜찮냐’ 말하기도 했다. 어린 캐릭터라 ‘어떻게 더 젊게 보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2.11.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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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이정재 ‘헌트’부터 안태진 ‘올빼미’까지… 놓치면 아쉬울 올해의 데뷔작

올해 영화계에서는 유독 감독들의 데뷔작이 쏟아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는 물론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안태진 감독의 ‘올빼미’까지.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짜임새의 영화들이 시네필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조은지, 이정재 등 배우들의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오래 기다려서 더 데뷔가 반가운 감독들의 작품까지. 놓치면 아쉬울 2022 감독 데뷔작들을 일간스포츠가 모아봤다. 소설가에서 감독으로… 천명관의 ‘뜨거운 피’ 소설 ‘고래’로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천명관 작가가 ‘마침내’ 감독이 됐다. 58세의 나이에 감독 데뷔를 이룬 천명관 감독의 ‘뜨거운 피’는 아주 진득한 누아르다. ‘뜨거운 피’는 남자는 커서 건달이 되고 여자는 커서 술집에 가는 구암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나고 자란 희수(정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명관 감독은 소설가의 장점을 십분 살려 영화를 아주 소설적으로 그렸다. 누아르지만 피가 튀기고 칼싸움, 총싸움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천명관 감독은 그보다 어떠한 선택으로, 혹은 삶으로 내몰리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영화로 옮겨오면 어떠한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감독 데뷔 ‘장르만 로맨스’·‘헌트’ 배우들의 감독 데뷔도 인상적이었다. 이정재 감독이 ‘헌트’로 박스오피스에서 사랑받았고, 그에 앞서 조은지 감독 역시 자신의 색을 잘 살린 ‘장르만 로맨스’로 호평을 받았다. ‘장르만 로맨스’는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한 작가와 쿨내 진동하는이혼 부부, 주객전도 스승과 제자, 알쏭달쏭한 이웃사촌 등 주변에서 살아 숨 쉴 법한 여러 사람들의 로맨스인 듯 로맨스 아닌 로맨스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 조은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뭐 하나 분명하게 결론 낼 수 없는 사랑의 여러 단면을 재치 있는 시선으로 포착하며 감독으로서 재능을 입증했다. 지난 8월 개봉한 헌트는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정재와 절친한 동료인 배우 정우성이 안기부 요원으로 김정도로 출연, ‘태양은 없다’ 이후 약 23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제75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정재는 이때의 평가를 바탕으로 작품을 재편집, ‘제31회 부일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왕의 남자’ 조연출의 신작 사극 ‘올빼미’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올빼미’는 오랜만에 탄생한 사극 스릴러다.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소현세자(김성철 분)의 죽음을 목격한 주맹증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특히 배우 유해진의 첫 왕 역 도전이자 유해진과 ‘왕의 남자’ 때 만났던 안태진 감독의 상업영화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안태진 감독은 ‘왕의 남자’ 조연출 출신으로,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올빼미’의 첫 슬레이트를 치는 등 응원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낮에는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는 볼 수 있는 주맹증이라는 소재 역시 ‘올빼미’ 외 다른 작품에선 보기 어렵다. 안태진 감독은 보기 어려운 소재를 사극에 능숙하게 버무리며 성공적인 데뷔작을 완성해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1.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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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이정재가 한땀한땀 찍어 만든 ‘헌트’[일문일답]

어떤 영화가 안 그렇겠느냐마는 영화 ‘헌트’는 이정재의 눅진한 노력이 꽉 담긴 영화다. 배우로 30여년의 세월을 보낸 이의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터다. 이정재는 최근 ‘헌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무려 5년여 동안 준비했다며, 그러면서도 시나리오를 쓴다는 이야기를 밖에서 잘 하지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의 마음과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고충, 평론가들의 비평까지 하나하나 귀에 새긴 작업기는 듣는 것만으로 절로 탄성이 나오게 했다. -영화 개봉이 코앞이라 바쁘고 일정도 힘들겠다. “영화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진짜 힘든 건 끝이라고 본다. 나로서는 이 마무리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많은 개인적인 고민과 많은 분의 의견이 합쳐진 결과라고 얘기할 수 있다. 사실은 언론 시사회 이후에도 작업을 며칠 더 했다. 편집을 바꾼 건 아니고 사운드 적인 부분과 색 보정,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더 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 -감독으로서 상업영화 데뷔다. 작품에 만족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의도했던 대로 마무리가 됐다. 많은 분의 의견을 받았다. 투자배급사, 블라인드 시사에서의 의견, 제작사 등. 예상하지 못 했던 의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최대한 다 반영하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도 그분들 의견을 반영한 부분은 다 직접 보여드리고 확인시켜드렸다. 의견을 많이 받았고, 반영했고,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왜 직접 감독을 맡을 결심을 했나. “아무도 이 영화를 찍어주지 않으니까. (웃음) 훌륭한 감독님이 맡아 찍어주셨다면 나야 좋았을 거다. 그런데 다들 고사를 하셨다. 사실 만들기 전에는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올지 모르는 거겠지만, 시도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감독을 찾는 데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나는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보여주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러다 초고가 완성됐고, 수정고가 나왔다. 그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 사이에 7편의 작품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집착을 하고 이걸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수차례 포기도 했다. (웃음) 그래도 완성고가 나왔고, 제작사에서 ‘이 정도 썼으면 연출을 직접 해 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연출까지 하게 됐다. 나로서는 용기를 한 번 더 낸 것이다.” -시나리오나 연출 작업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막다른 길이 너무 많았다. 스파이 장르의 특색을 살려야 하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직조된 치밀함을 살리기가 어렵더라. 자료 조사를 하는 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조사된 자료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반전으로는 안 되는데’ 싶어 검열을 스스로 많이 했다.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캐릭터의 온도를 올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그대로 쓸지도 고민이었다. 사실 현대 버전의 시나리오도 있다. (웃음) 결과적으로 영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1980년대 배경이 좋겠다고 결론이 나서 지금의 버전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작품을 준비했나. “시나리오만 4년 정도를 썼다. 프리 작업이 5개월, 촬영도 약 5개월이었다. 합쳐서 5년 반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오랜 준비 기간 동안 주변 동료들에게서 들은 조언이 있다면. “‘뭘 그렇게 여기에 매달리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는 거의 숨어서 썼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쓰다가 포기했을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기했는데 누가 ‘그 작품 어떻게 돼 가?’라고 물으면 머쓱하지 않나. 4~5년 동안 7 작품은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설마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서 못 했을 거다.” -연출가로서의 경험이 배우 일에도 도움이 될까. “연출이 연기에 도움이 될까는 아직 결론을 못 낸 부분이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는 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 연기자들에게 연출하라는 소리는 안 하는데 시나리오 쓰라는 말은 많이 한다.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무엇을 삶의 목표로 두고 사는지를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더라. 좋은 경험이었다.” -정우성이 네 번이나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하던데. “사실 그 이야기를 공개한 건 우리가 사심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다. 정우성 배우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태양은 없다’ 이후 많은 영화인이 우리에게 ‘두 배우가 함께 나오는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거나 ‘너희 둘 데리고 빨리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는 우리 둘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이 잘되거나 작품성으로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우성은 내가 연출을 하면서 연기까지 하고, 거기에 자기까지 출연을 한다고 하면 너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 거다. 실질적으로 거절할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박평호를 본인(이정재)의 롤로 생각했나. “전혀 아니다. 나는 모든 인물을 열어뒀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배우들에게 선택권을 먼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누구를 찜하고 다른 배우들에게 나머지에서 고르라고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당신이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를 내가 할게요’라는 방식으로 캐스팅을 했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이제는 액션신을 연기하기 싫다. 몸도 무겁고 솔직히 전만큼 속도도 잘 안 나온다. 테이크 가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그림도 안좋아진다. (웃음)” -감독으로서 배우 이정재를 다시 캐스팅할 마음이 있나. “앞으로는 연기만 하고 싶다. (웃음) 사실 배우가 연출을 한다는 게 스태프들에게도 부담이 되겠더라. 그냥 연출만 하는 사람이면 시원하게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면 되는데, 나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연기자로서 나의 컨디션까지 고려하는 게 느껴졌다. 연기자의 컨디션이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고, 스태프와 연출가는 그런 좋은 연기를 잘 담아야 좋은 장면이 나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현장에서 나름대로는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사실 연출을 해보니 연기가 진짜 어렵게 느껴졌다. 더 잘할 수 있게 계속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8.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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